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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 동원해 즐길 수 있는 3차원 영상’의 등장


영상 속 상황은 생각만 해도 아찔한 것 일색이다. 실제로 겪는다면 생명이 위험해질 게 분명하고, 생각처럼 쉽게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100%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 이런 체험이 가능하다면? 그 해답을 쥐고 있는 게 요즘 한창 떠오르는 일명 ‘360도 콘텐츠’다.
360도 콘텐츠는 360도 영상 촬영 장비를 활용, 제작된 콘텐츠를 뜻한다. 편의상 ‘360도’란 표현이 쓰이긴 했지만 실제론 ‘사용자가 오감(五感)으로 인지할 수 있는 3차원 공간 전체를 담은 콘텐츠’라고 보는 게 좀 더 정확하다. 오늘날 대부분의 동영상 콘텐츠는 TV와 영화, PC와 스마트폰에서 ‘2차원적으로’ 소비된다. 2차원 콘텐츠 소비자는 일정 거리를 두고 평면 위에서 펼쳐지는 콘텐츠를 감상하며 해당 평면에 투사되는, 입체적으로 보이는 사물을 인지하는 게 고작이다. 반면, 360도 콘텐츠는 공간적 의미에서 ‘3차원’ 영상을 제공한다. 사용자에게 ‘실재하는 것과 거의 흡사한 환경에 놓이는 듯한’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삼성전자 IT 정보통신 기술: 통신, 모바일, 인터넷,컴퓨터 ,전자 etc 

 

 


360도 콘텐츠의 등장으로 인간이 화면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한계는 사라졌다. 지구 어디든 사용자가 속해 있는 시·공간에서, 원하는 체험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정월 초하루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가 석굴암 불상 이마의 보석에 부딪쳐 찬란히 빛나는 모습을 볼 수도, 여름 저녁 시원한 캘리포니아 해변을 걸으며 태평양 바다로 저무는 해를 감상할 수도 있는 것이다.
360도 콘텐츠가 제공하는 영상은 단순히 2차원에서 3차원으로의 확장만 의미하진 않는다. 체험 시간을 사용자 의지대로 선택, 관리할 수 있는 만큼 4차원으로의 확대로 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시·공간 함수가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매트릭스인 5차원 세계에의 연결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메라 대수 ‘최소 6대’서 ‘1대’로 줄인 기술력
새로운 차원의 세계에서 사용자에게 ‘안전하면서도 행복한’ 몰입 경험을 제공하는 360도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메라가 어떤 프레임도 놓치지 않고 360도로 회전하며 촬영하는 데 성공하려면 엄청난 장비와 노력이 들어갔다. 최소한 여섯 대의 기기가 동시에 돌아가며 앞뒤와 좌우, 상하를 찍어야 했고 그렇게 나온 결과물을 정교하게 편집해 짜 맞춰야 비로소 매끈한 3차원 영상이 완성됐다. 올 3월 16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저널리즘’을 주제로 한 스페셜 리포트 ‘이제 저널리즘 분야까지? VR의 거침없는 하이킥’에 등장했던 뉴욕타임스 제작 360도 VR 콘텐츠 ‘자리를 빼앗긴 사람들(The Displaced)’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촬영된 것이다. 결코 아무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릇 기술은 인간의 창의성에 기초해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는 법. 실제로 (시야각 좁은 카메라를 여러 대 동원하는 대신) 한 지점에서 앞면과 좌우면, 윗면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시야각을 갖춘 카메라를 활용, 전방과 후방만 찍어 연결하는 360도 카메라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상용화됐다.
 



360도 카메라는 기존 어안(魚眼)렌즈에서 발달한 형태라고도 볼 수 있다. 어안렌즈는 180도가 약간 넘는 시야각을 제공한다. 만약 어안렌즈 두 개를 앞뒤로 붙인 후 거기서 얻어지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편집, 자연스레 연결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어떨까? 한 대의 카메라로도 너끈하게 3차원 영상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설명하면 누구든 ‘아하, 그렇게 간단한 원리가 있었구나!’ 무릎을 칠 것이다. 하지만 ‘콜럼버스의 달걀’ 일화가 그렇듯 어떤 이치를 최초로 깨달아 적용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물며 그 이치를 실용화하는 일은 말할 것도 없다. 가공할 수준의 창의력과 기술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출시한 360도 카메라 ‘기어 360’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기기다.
 
시사토론 프로그램도, 영화 예고편도 ‘360도’로
기어 360은 가로와 세로, 높이가 각각 6㎝ 전후다(56.3x66.7x60.1㎜). 무게도 152g에 불과하다. 휴대도, 촬영도 손쉬운 사양이다. 스마트폰과 연계해 쉬운 편집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삼성 기어 VR과 연동시키면 언제든 손쉽게 촬영한 360 영상을 감상할 수도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적 기술력이 그야말로 집약된 제품이다.
 



하나의 콘텐츠가 완성되려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 기반 마련은 필수다. 하지만 그걸론 충분하지 않다. 양질의 ‘이야기(story)’, 그리고 그걸 완성품 형태로 구현해줄 제작(촬영) 작업이 더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어 360은 좀 특별한 기기다.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시·공간을 담아내 이전까진 ‘흡인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시원찮은 대접을 받아온 영역에 대한 관심까지 환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시사 토론 프로그램 형태를 떠올려보자. 제작진은 몇 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발언자와 토론 상대방, 청중과 스튜디오 전경을 엇비슷한 분량으로 번갈아 가며 촬영한다. 그런 다음, 그 결과물을 편집해 내보낸다. 토론 주제에 대한 관심이 비상해 대화 자체에 몰입하는 사람이면 몰라도 나머지 시청자에겐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촬영 방식이다.
동일한 상황에서 기어 360 같은 VR 콘텐츠 촬영 기기가 사용된다고 생각하면 얘긴 좀 달라진다. 기기 한 대를 스튜디오 전체가 내려다 보이는 높이에 적절히 설치한 후 촬영 버튼을 누르면 토론 장소 전체가 구석구석 다 잡히게 된다. 시청자는 자신이 원하는 발언자와 패널을 선택, 그의 발언에 집중할 수 있다. 정면에 있던 사회자가 발언할 땐 그쪽을 바라보다가 뒤쪽 패널이 질문을 던지면 해당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쓱 돌리기만 하면 된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몸의 위치를 바꾸기만 해도 그 위치에 있던 출연자의 표정과 몸짓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토론 장소 한복판에 초대 받은 듯 절로 몰입하게 되는 설정이다. 자연히 시청자와 제작진 간 상호작용(interaction)은 한결 활발해진다.
위 시나리오는 360도 콘텐츠 제작 기기가 제공하는 무한한 가능성 중 단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드론 같은 장비와 결합할 때, VR 게임에 활용될 때, 동화나 소설 등을 감상할 때 그 가능성이 어디까지 극대화될 수 있을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실제로 360도 콘텐츠는 최근 다방면에서 급속도로 늘고 있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개봉한 영화 ‘정글북(The Jungle Book)’은 360도 콘텐츠 형태의 예고편(trailer) 영상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카아의 정글(Kaa’s Jungle)’이란 제목의 이 영상에선 길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보아뱀 ‘카아’가 등장한다. 새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북인도 밀림 속 깊숙한 수풀, 화면 한쪽에서 나뭇잎의 미세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긴장감을 숨긴 채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순간, 눈앞을 가로막던 무성한 나뭇잎 사이가 갈라지며 입을 쩍 벌린 보아뱀 한 마리가 정면으로 돌진한다. 관람자는 이 영상을 통해 주인공 소년 ‘모글리’의 시점에서 영화 속 한 장면과 마주하며 본 영화에 흥미를 갖게 된다.
 
1인 미디어 콘텐츠 시장, 폭발적 성장세 ‘초읽기’
가뜩이나 ‘1인 미디어’ 열풍이 거센 요즘, 이를 받쳐주는 기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그 파급 효과는 메가톤급으로 확산되고 있다. 1인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BJ로 활동 중인 ‘딴트공<아래 사진>’은 얼리어답터를 위한 제품 리뷰 채널을 운영 중이다. 그는 “기어 360 같은 장비 덕분에 360도 콘텐츠가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면 1인 미디어 판은 확 뒤집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360도 VR 기기를 사용하면 제작자는 너무나 쉽게 새로운 느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소비자는 선택적 콘텐츠 소비가 가능해집니다. 1인 미디어 시장에선 해당 분야를 선도하는 개인이 VR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에게 엄청난 몰입감과 인터랙션 기회를 선사할 수 있죠. 다만 인터넷 방송 송출 시스템이 아직 촬영 기기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 현행 인터넷 방송은 180도 평면 화면에 맞춰져 있거든요. 결국 1인 미디어가 360도 콘텐츠를 마음껏 시도하려면 그 문제부터 해결돼야 할 겁니다.”
 
현대인은 블로깅과 SNS,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이 제공하는 재미와 정보를 당연한 듯 누리고 있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은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문가들조차 구체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지난 2004년 팀 오라일리(Tim O'Reilly) 오라일리 미디어 대표가 ‘웹 2.0 시대’의 도래를 공표한 이래 인터넷은 누구나 손쉽게 데이터를 생산, 공유할 수 있는 사용자 참여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1인 미디어는 이 같은 트렌드 속에서 자연스레 떠오른 문화적 흐름이다.
누구라도 좋다. 카메라 한 대, 그리고 타인과 나누고픈 이야기만 있다면 실내와 야외 할 것 없이 동영상을 촬영해 다양한 플랫폼에 올릴 수 있다. 과거 기획·촬영·편집·송출·조정 등 부문별로 막대한 인력과 장비, 예산이 투입돼야 가능했던 ‘방송(미디어)’ 작업은 어느덧 한 사람의 아이디어와 간단한 장비만으로도 구현 가능한 수준으로 그 규모가 축소됐다. 그리고 이 같은 추세는 1인 미디어가 제공하는 ‘상상 초월 콘텐츠’의 종류와 양을 폭발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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